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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완독 독서리스트 마지막 은유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야 지야시 한강 김시선 최은영 최은영 백수린 백수린 김혼비 2021년 30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보다 두배 이상으로 읽었다. 여기 포함되지 않은 완독 하지 못한 책들도 열 권은 넘는 것 같다. 올해의 책으로 한 권을 뽑자면 . 나는 최은영 작가의 보다 몇 년 전에 나온 이 책이 더 좋다. 따뜻하고 뭉클한 기억이 많이 남는 책이다. 물론 도 훌륭한 책이다. 올해는 내게 슬픈 일이 있었지만 그 슬픔으로 인해 나는 단단해짐을 느꼈다.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겪어 낸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죽음이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결속을 선사해주었고, 슬픔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주었다. 슬픔을 아는 작가의 책들도 만나 마음이 쓸쓸하지만은 않았다. 2020년 보다..
little scratch, 영국 소설 지난주, 서점에 갔다가 라는 책 앞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이 실험적인 형식의 소설 앞에서 예술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와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 동시에 일었다. 막상 이 책을 읽으려고 하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던 영국의 극작가 사라케인의 희곡과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 케인의 희곡처럼 엄청난 감정의 먹구름을 텍스트라는 비로 쏟아낼 것 같다. 이번엔 천둥 번개를 동반하고...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공연이 현재 런던의 한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어떤 예술은 감상하려면 가볍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아마 이 소설도 그럴 것 같다. 언제 이 책을 읽..
영국판 쇼코의 미소 를 집어 든 것은 사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소설보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가 더 친근했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책을 다 읽지 않고 도서관에 반납했던 것 같다. 소설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내 안에 없었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영국 온라인 서점을 구경하다가 쇼코의 미소가 최근 영국에서 출간되었음을 알았다. 안그래도 최은영 작가의 신작 도 요즘 호평을 얻고 있는 터였다. 어떤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인지 궁금해져 를 펼쳤다. 에서 영화인이 되고 싶은 소유의 현실은 여러 공모전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던 최은영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했다.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
하이킹 왜 이리 요즘 예민해지는지 모르겠다. 쉽게 긴장되고, 쉽게 스트레스 받고, 이럴 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한다. 인적이 드물고 외떨어진 곳에서 초록을 만나면 마음도 몸도 가벼워진다. 비밀의 공간에 우리만 있는 것 같다. 그곳에서 충전을 하고 와야지만 그나마 에너지가 생긴다. 지난 일요일에는 그곳에서 꿩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꿩이 그렇게 빨리 걸어다니는지 처음 알았다. 우릴 발견하고 그야말로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사슴도 만났다. 그들도 우리를 보자 달아났다. 미처 사진에 담을수도 없었다. 사슴을 만날 때마다 그 순간을 둘러싼 공기가 신비한 막을 감싸는 것 처럼 느껴진다. 여러마리의 꿩과 어른사슴과 아기사슴의 아지트에 불청객이 되어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양은 언제나처럼 묵묵히 풀을 뜯어먹고 있..
우주의 기운이 강한 사람, 김민주 작가 주위에 보면 그냥 도와주고 싶은 사람,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이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바로 김민주 작가가 그렇다. 그녀와 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벤처 기부 펀드인 C Program의 해외 특파원으로 만났다. 해외 특파원은 미래 세대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고가 될 만한 해외의 공간이나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는 일을 한다. 김민주 작가는 이태리에서 나는 영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 있는 엄마 특파원들이 C Program의 브런치 매거진 에 글을 기고 중이다. 각지에 흩어져 살기에 우리는 그간 온라인으로만 만나왔고, 지난 8월 한국에서 처음 대면했다. 그간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만나왔기에 특파원들은 마치 하나의 공동체처럼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었다. 사실 김민주 작가의 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런던 콘서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유럽 투어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은 올해 오월쯤. 그들의 새 앨범 발매쯤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콘서트 소식을 전하니 그는 곧바로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 남편이랑 음악과 영화 취향이 비슷한 건 여러모로 편리하다. 당시엔 코로나로 과연 공연이 성사될까 우려도 좀 했지만 그건 괜한 생각. 영국에서 꾸준히 매일 3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이미 영국인들은 코로나가 사라진 듯 살아간다.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려와서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 사우스뱅크로 향했다. 로열페스티발홀은 거의 빈틈없이 꽉 찼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이 많았다. 세월을 거스르지 못한 그들의 모습은 예전만큼 풋풋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잔잔한 기타선율과 감미로운 음악을 선..
예술가 한강 <흰> 작가 한강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었다. 하지만 직접 그녀의 책을 읽어본 것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소식을 듣고 난 이후다. 수상과 함께 국내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를 찾은 것처럼,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만큼 소설을 읽던 시절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인지,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던지 는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게이트의 터너 컨템퍼러리 갤러리에서 영국 작가 Katie Paterson의 전시를 보게 되었다. 이 작가의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한강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었다는 걸 알았다. 백 년 후에 꺼내봐도 좋을 작품이라고 한강의 글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Katie Paterson의 전시가 흥미롭고 훌륭했기에 한강 작가가 그녀와 함께 한다는 소식에 약간 들뜬 마음이 들..
존 버닝햄의 마지막 그림책 존 버닝햄의 마지막 그림책 가 최근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어제 서점에 나가보니 이미 매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2019년에 작고하신 존 버닝햄이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스토리를 그의 친구 빌 살라만이 완성했다. 이번에도 그림은 존 버닝햄의 부인 헬렌 옥슨버리가 그렸다. 에 이은 까다로운 개 마일즈의 이야기로 마일즈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를 구상하던 중 병을 앓게 된 존 버닝햄은 부인 헬렌 옥슨버리에게 이 작품을 완성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남편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때 헬렌 옥슨버리의 심정은 어땠을까? 처음엔 슬펐겠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이를 기릴수 있어 행복했을 것 같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이별을 마침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것 같다. 내 마음 속에 계속 웅성대는 소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