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땐 뇌과학

sesamioil 2018. 9. 28. 19:53

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답답할때나 스트레스 받을때 책으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하였고,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나서 부터는 도서관에 가서 책 보는 걸 낙으로 삼았다. 그냥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어떤 책이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까 싶어서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했다. 육아로 인해 관계의 폭이 달라지고 제한된 세상에 지내게 되다보니, 책을 통해서라도 나의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했던것 같다. 

 

국에 오게 되었을때 걱정 되는 것 중 하나도 바로 한국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져서 10년 전 내가 영국에 왔을 때와 달리, 전자 도서관에서 인터넷으로 책을 손쉽게 빌려볼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에서 다니던 동네 도서관 인터넷 아이디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반납기일이 지나도 연체에 대한 걱정없이 자동으로 반납이 되는 시스템이라 편리하다. 전자도서관의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나는 영국생활에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었다. 듣기 기능이 있어 설것이를 하면서도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해져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에서 그간 읽은 책 중 <매일 아침 써봤니> 덕분에 이 티스토리도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왠지 책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게 어렵게 느껴졌다. <우울할 땐 뇌과학>은 읽고 새롭게 깨달은 것을 일상에서 잊지않고 되새겼음 하는 바램으로 블로그에 감상평으로 옮겨보고자한다.

 

영국은 10월이 되면 4시부터 어두워진다. 날은 춥고 해를 볼 시간이 적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우울해지기 쉬운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미리 월동준비를 한다는 셈치고 우울함을 예방하기 위해 이책을 펼쳤다. 초반에는 뇌가 관장하는 각 부위의 기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었고, 결론적으로 뇌의 각부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때문에 한 부위가 문제를 일으키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는다는것 같았다. 그러므로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데 그 방법들은 내가 이미 알고 있던 햇빛쬐기, 질좋은 수면시간 유지하기, 운동하기 등등 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몇가지 방법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결정 내리기'와 '사람속에 있기'였다.

간단하고 작은 결정이라도 내려서 하나씩 일을 처리하면 자기가 상황을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어 우울증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성취감을 누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두번 운동을 하겠다라고 막연히 계획하기보다는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걷기 운동을 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우울감이 있을 때 극도로 우유부단해져서 결정하는게 어려워 간단한 사항은 남편이나 친구가 대신 결정을 하게 했었다. 그리고 사소한 것이라도 최선의 결정을 내려 후회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결정을 못내렸던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최선의 결정을 위해 애쓰지말고 적당히 괜찮은 결정을 내리면 된다고 한다. 그런 결정을 내리고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그때가서 또 다른 결정을 내리면 된다고 한다. 

 

일년 전 영국에 다시 돌아왔을때 나는 잘 지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고 불안해했다. 유학생활 할때, 어릴 때 함께 살기도 했던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우울증을 겪어서 그랬던지 겁이 났었나보다. 아무튼, 다시 영국으로 돌아 온 지난 일년은 다시 적응해야야하는 부담감에 이래저래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집 정리도 아주 최소로 해놓고 살았는데, 이번에 한국에 다녀 오는 동안 남편이 페인트 칠을 새로하고, 집을 손 본다고 하였다. 다녀와서 보니, 지난 일년간 놓치고 있었던 집안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구식 디자인의 전등도 갈고, 어두운 색깔의 현관문도 환한 색으로 남편에게 칠하게했다. 그리고 집안의 어두운 가구를 모두 흰색으로 칠했다. 하나씩 하나씩 집을 손보니 성취감도 생기고 집안이 환해지니 내 마음도 더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씩 결정을 내리고 일을 처리하다보니, 무기력한 느낌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 상승 곡선을 타고 생애 처음으로 어렵게만 여겨지던 김치 만들기에도 도전했다. 

 

어두운 갈색의 테이블이 페인트칠로 화사하게 변신함

 

내가 만든 생애 첫 김치

 

'사람속에 있기'는 여러가지 연구 사례들을 통해서 타인이라도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외로움이 덜하고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찾아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울증이 깊어지면 아무것도 않하고 더 나아가 혼자있고 싶거나 침대에 누워있고만 싶어지는데, 이럴때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나는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적어 아이 학교 엄마들을 봐도 인사만 하고 굳이 친구를 만들려는 수고를 하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대인관계의 폭을 조금 더 넓혀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