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영화 <어느 가족>

sesamioil 2018. 11. 10. 07:49

여름에 한국에 갔을때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를 봤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자, 올해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이 영화가 자주 떠올르는 것은 왜일까..

영화 속에서는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타인들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의지하며 함께 살아간다. 좀도둑질을 하며 밑바닥 삶을 살고,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이해가 안가는 행동을 하기도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진실되고 따뜻하다. 진실되지 않은 행동을 하며 살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들의 마음은 순수하게 그려진다.

그들은 자신들도 넉넉치 않은 상황임에도 가정 폭력에 놓인 아이를 잠시데려와서 따뜻하게 보살피다가, 아이가 친부모와 지내느니 자신들과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결국 유괴를 하게된다.

표면상에 드러난 모습에는 유괴가 맞지만 아이는 이 좀도둑들과 지내며 가족간에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아이는 원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다시 학대 당하고, 유괴되어 좀도둑들과 지냈을 때를 그리워 하는것 같았다. 가족과 관계라는 큰 구도안에서 사회 이면의 부조리한 모습들도 겹겹이 반영하는 미묘한 영화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내 마음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힘들 때 이해받고 싶고 위안을 얻고 싶은 사람들..

요즘 내가 보는 <최고의 이혼>이란 드라마에서 배두나가 "가족은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한 것처럼... 

영화 <어느 가족>의 등장인물들은 여러 사건들로 얽히고 설켜 함께 살아가지만 정말 한 가족같이 끈끈함을 나눈다.

그들이 여느 가족들처럼 바닷가로 가족여행을 떠나 행복해하는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영국에서 나를 더 외롭게 하는건 이런 가족이 내곁에 없다는 것이다.

시댁 식구들을 만나면 그냥 일상적인 대화만 할 뿐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시댁 식구들을 만나고 나면 더욱 더 외롭게 느껴지고 이방인임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기대를 하면 안되긴 하지만 나는 가족은 맘껏 기댈 곳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나의 가족들은 생각만해도 든든하게 여겨지는 나에게 안식처와도 같은 존재이다.

 

한편, 친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를 갖지 못할때에도 나는 허무함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나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불필요한 일처럼 느끼게 함으로, 나는 항상 그들과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를 두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자주보는 친밀한 관계임은 분명하지만 그들을 친구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라기보다는 나에게 허무감만 주는 관계가 늘어가는 것만 같다.

 

다행히 최근들어 마음을 터 놓을만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고, 그리고 예전 유학생활때 만난 가족같은 친구와 다시 연락이 닿을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이번 겨울은 지난 겨울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보내게 되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