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런던근교 여행-Bodiam Castle

sesamioil 2019. 4. 29. 18:18

 

이스터 방학기간 동안 성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위해 Bodiam Castle을 갔다.

영국의 성은 유지 관리비 때문인지 대부분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가야 하는데,

Bodiam Castle은 우리 식구 세명과 주차비를 포함하면 총 25파운드 정도를 내야 했다.

그래서 일 년 동안 126파운드를 내면 성을 비롯해 영국의 유적지 500 군데를 아무 때나 일 년 동안 무료로 방문할 수 있고, 무료 주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National Trust 멤버십 가족권을 입해서 가기로 했다.

정식 회원권은 3주 정도 걸려 배송된다고 하여 임시 회원권을 프린트해 가서 당일에 바로 사용했다.


Bodiam Castle은 런던 동쪽에서는 더 가깝지만 서쪽에 사는 우리 집에서는 2시간가량 걸리는 East Sussex에 있는 곳이다. 1385년 Edward Dallingridge경에 의해 지어진 성으로 적으로부터 방어 그리고 집으로 사용되기 위한 두 가지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Bodiam Castle 주인 오리 등장

'성에 들어서는 길부터 오리가 마중 나와 관광객을 반겨주는데, 관광객 오리를 따라가면 오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가이드 투어를 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오리가 여기저기서 출몰하였다. 심지어 성 안에서도 오리는 자연스럽게 관광객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다녔는데 성에 둘러진 해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성 주인이었던 Edward Dallingridge경이 오리 덕분에 적을 물리쳐서 위기를 면했기 때문에 사후에 오리에게 유산으로 이 성을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Bodiam Castle 입구
Bodiam Castle 내부

성안에 예배당이 있는데 예배당의 창문은 발굴 결과 스테인드 글라스를 사용했고, 방에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는 등 14세기 당시에 보기 드문 특색을 지녔다고 한다. 이런 특색을 가진 성을 지을 수 있던 걸로 보아 성 주인이 당시 상당한 부를 지닌 소수의 상류층이었을 거라고 한다.

또, 실내 한쪽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물 웅덩이가 있었다. 천장이 뚫려있었기에 그곳으로 빗물이 모였을 것 같았다.

내가 이것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는 사이에 한 천진난만한 영국 아이가 아빠에게 이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아이 아빠도 잘 모르겠던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아빠가 우물쭈물해하는 사이에 그 아이는 목욕탕일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순간 나도 그 아이에 설득당해 정말 그런가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10피트가 되는 우물이었다.

그 밖의 특징으로 과거 설탕 대용으로 꿀을 사용하여 성벽 한쪽에 벌집을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까지도 벌집이 남아있어 우리가 갔던 날에도 벌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여유를 즐기는 관광객들

해를 보는 게 흔치 않은 영국에서 며칠 안 되는 화창한 날이어서 그런지 성 밖에서는 관광객들이 유유자적 썬 베딩을 즐기고 있었다.

저 멀리에는 오래된 증기기관차 같은 게 지나다니고 있어서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이 떠올랐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이 잘 보존되어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것과 성을 유용하게 활용한 선인들의 지혜에 대해서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성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온해져 좋았다.

찬찬히 둘러보고 성 주변을 산책하고 나니, 벌써 성을 닫을 시간이 되어 주변이 한적해졌다.

우리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그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움직이던 오리들이 퇴근하듯이 하나둘씩 잔디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긴 하루였어~모두들 수고 많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