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아들이 6살이 되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홀을 빌리고 엔터테이너를 고용하여 20명정도를 초대하는데, 나는 우리집에서 친한 친구들 몇 명만 초대해서 플레이 데이트 형식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 큰 생일 파티를 몇 번 가서 본 경험으로는 정신도 없고 보여주기식인것 같단 느낌이 들었고, 엔터테이너라고 하는 진행자에게만 집중하는 것이지 친구들끼리 놀 기회는 없이 그냥 끝난다.
영국에서 '플레이 데이트'라고 불리는 친구랑 놀기는 대게는 집으로 초대해서 아이들끼리 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아이의 사회성과 관련된 책들을 읽고, 아이에게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파티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다.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부모도 새로운 상황을 겪고 끊임없이 배우게 되어 부모되기는 항상 쉬운일이 아닌것 같다.
<아이의 사회성>과 <부모가 함께 자라는 아이의 사회성 수업> 두 책에서 아이들은 친구나 형제자매와 놀면서 사회성을 훈련하게 된다며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요즘은 취학 전부터 공부하거나 학원을 다니느라 놀이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게 문제라면서 크게 염려하였다. 상담가로도 경험이 풍부한 두 저자는 여러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이 주장에 더욱 설득력을 실었다.
나는 외동 아들을 키우는데, 혹시나 아이를 버릇없게 키우는 것은 아닌지, 너무 받아주는것은 아닌지 항상 고민이 된다.
아이가 자기 중심적이 되지 않고, 남들과 잘 어울리며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한다.
책에서 외동 아이들은 형제 자매가 없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더 주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항상 심심해하고 놀아달라고 하는데, 친구들이랑 놀이 기회를 주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되는것 같다.
생일파티 다음날 다이닝룸
생일 파티 일주일 전부터 인터넷 사이트들을 참고하며 파티 소품, 음식, 게임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이 생각했다.
파티 분위기가 나게하는 장식인 가랜드를 찾다가 맘에 드는것이 없어, 한국에 갔을 때 다이소에서 사온 다용도 포장 용지를 이용하여 천장을 가로지르는 흰색 가랜드를 직접 만들었다.
여기는 구디백이라는 생일 답례품 같은 걸 주는데 이것 또한 대부분 다이소에서 사온 학용품들로 구성했다. 물가비싼 영국것보다 한국 다이소의 물건들이 이쁘고 가격도 저렴하다.
음식은 직접 할까하다가 막스앤스펜서에서 파는 음식들로 대체했다. 막스앤스펜서에서는 오븐에 넣기만 하면 되는 음식들을 비롯해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은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들이 많다.
웨이트로즈를 비롯한 여러 샵을 돌아다니며 파티소품인 접시, 컵, 빨대는 종이로 된 것들을, 커틀러리는 나무로 된것으로 준비했다.
리빙룸에 아들 장난감을 놓아주고, 색칠공부를 할 작은 구역도 마련해주며 아이들 파티방으로 꾸몄다.
아이는 친구들과 놀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좋아했다. 남편이 아이들과 게임도 해주고 노는 걸 봐준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다.
신경을 많이 쓰고 준비했는데 잘 된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목표를 세우고 뭔가를 해내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이제 일주일의 하프텀 방학 기간 중 하루가 지났다. 나머지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잘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