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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영국 공교육의 현실-BBC 다큐멘터리 <SCHOOL>

영국에 오기 전부터 남편이 영국 교육이 한국보다 나을 것이 없을것이라고 말했었다.

나는 그래도 한국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상 경험해보니 남편이 옳았다.

언젠가 가디언지에서는 영국교육이 입시지옥인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단어 쓰기 연습지, 단어 이용해서 문장을 만드는 두가지 숙제를 매주해야하고,

간간이 더하기 빼기 등의 수학 숙제가 주어진다. 

그리고 매주 세권에서 네권, 학교에서 빌려주는 옥스포드 리딩트리 같은 Phonics 책을 읽어야 한다.

게다가 프로젝트성으로 만들기를 해가야 할 때도 종종 있다.

아직 만5살에서 6살인 아이들에게 숙제가 너무 많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주말마다 숙제를 끝내야한다는 부담감을 항상 가지고있다.

 

영국교육은 학생이나 선생님들을 평가하는데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

영국 공립학교는 Ofsted라는 평가등급을 받는데 outstanding, good, satisfactory, inadequate의 4가지 등급에서 선정된다.

Ofsted 평가 위원은 3년마다 이삼일정도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 출석률, 성취도 등등을 감사하는데 학교는 평가단의 방문을 겨우 이틀 전에야 통보 받는다.

Ofsted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inadequate을 받게되면 특별 감사기간을 두어 재평가받게 되고, 이것은 학교의 존폐를 위협한다.

 

공공기금의 삭감으로 학교의 재정 지원이 항상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여러 행사를 통해 기금을 모금하고, 학교에서 여는 크리스마스 페어는 기타재정 확보를 위한 중요한 행사 중에 하나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 듯 Peppa Pig 만화에서도 학교 지붕 보수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런 페어를 여는 에피소드가 있다. 

 

BBC 다큐멘터리 <School>에서는 영국 교육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5000명의 학생에게 할당되는 선생님의 수는 400명에 불과하다.

다큐멘터리에서 입시부담으로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더 잘 돌봐주고 싶어도 선생님들의 업무량이 많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공공기금 삭감으로 학교에 돈이 없어서 아이들을 훈계하고 돌봐줄 학생 상담 선생님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학교에 부적응하거나 여러가지 이슈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돌봐주고 싶은데 여력이 없음에 안타까워한다. 

학교는 항상 재정상태를 체크하고 그에 따른 회의를 하고 필요에 따라 선생님 수를 줄이거나 선생님의 봉급을 삭감한다.

학교 재정 담당자는 내일 당장이라도 재정지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때문에 항상 여유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학생들은 도움의 손길에서 방치되고 선생님들은 사기가 저하되어 전반적인 교육과 삶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영국에서 선생님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를 알것 같다. 

4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진 다큐멘터리에서 Ofsted 낮은 등급을 받은 학교의 교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결국 학교를 떠났다.  

 

영국 국민이 부담하는 많은 세금은 그럼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의문이다.

어차피 정치인들의 자녀는 사립학교에 가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자녀들이 가는 공립학교에 대해 무관심하여 이 사태까지 만들었는가...

<School>은 단지 이것이 영국 교육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영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에 연관되고 영향이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