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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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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왜 이리 요즘 예민해지는지 모르겠다. 쉽게 긴장되고, 쉽게 스트레스 받고, 이럴 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한다. 인적이 드물고 외떨어진 곳에서 초록을 만나면 마음도 몸도 가벼워진다. 비밀의 공간에 우리만 있는 것 같다. 그곳에서 충전을 하고 와야지만 그나마 에너지가 생긴다. 지난 일요일에는 그곳에서 꿩들과 숨바꼭질을 했다. 꿩이 그렇게 빨리 걸어다니는지 처음 알았다. 우릴 발견하고 그야말로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사슴도 만났다. 그들도 우리를 보자 달아났다. 미처 사진에 담을수도 없었다. 사슴을 만날 때마다 그 순간을 둘러싼 공기가 신비한 막을 감싸는 것 처럼 느껴진다. 여러마리의 꿩과 어른사슴과 아기사슴의 아지트에 불청객이 되어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양은 언제나처럼 묵묵히 풀을 뜯어먹고 있..
영국에서 영화 <미나리>를 보다 영국 글라스고 영화제가 2월 24일부터 3월 7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다. 영화제의 개막작은 . 10파운드를 결제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 를 남편과 함께 보았다. 남편도 나처럼 영화를 좋아하는데 우리 둘다 를 보고 흡족해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가게하는 영화였다. 영화 속 이민자 가족의 삶에서 계속 좌절과 희망이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한다. 하지만 고통이 있음에도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가 보고 싶어 배우 인터뷰나 트레일러 등을 유튜브로 보곤 했는데 예상외로 반전이 있던 영화였다. 윤여정 배우님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다 좋았다. 그래도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건 배우 한예리의 연기였다. 가장 감정 이입이 된 캐릭터여서..
그래도 나가길 잘했다 이번 주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비가 왔다가, 해가 잠깐 나왔다가, 흐렸다가.. 아주 변덕이다. 며칠 전에는 바람이 엄청 세게 불더니, 왕잡초로 자라고 있던 부들레아가 그냥 뿌리째 뽑혀버렸다. 오늘도 그날처럼 바람이 세게 불어서, 마치 내가 제주도의 바닷가 숙소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제주도 바닷가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설레인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먹고 7시 40분쯤, 아이와 집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아이는 밖에 나갈 생각이 별로 없어 보여도, 나는 이틀에 한 번은 운동삼아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원에 나갔더니 역시나 바람이 많이 불었다. 문 앞을 나와 공원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바람만 불었는..
우리집에 놀러온 다람쥐 어제 또 갑자기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마음이 스멀스멀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사실 또 무언가를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데, 나는 그저 그 도전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왜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또 두려운 것일까? 자기 확신이 없는 것이 언제까지 나를 이렇게 쫓아다니며 괴롭힐 것일까?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나는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계속 들었다. 그런데 그래도 좀처럼 마음 전환이 이뤄지진 않았다. 마음이 불안정해서인지 잠을 조금 자다 새벽에 깨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직장에서 만난 영국 동료들은 나를 투명인간은 아니어도 무뚝뚝하게 대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내 두려움의 근원이 뭔지를 깨달았다. 나..
프랑스 극장의 디지털 페스티발에 아들 그림이 걸리다 아들과 내가 좋아하는 영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프랑스의 별장에 갔다가 코로나 때문에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격리생활을 하게된다. 그러면서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며 코로나의 불안을 극복하길 희망했다. 그리고 이를 권장하고자 프랑스의 여러 예술기관과 함께 "Hope in Spring"이라는 주제의 공모전을 개최한다.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0/may/15/david-hockney-invites-the-french-to-find-joys-of-spring-in-lockdown-coronavirus Hockney invites budding artists to find joys of spring in lockdown Artist ..
Father's day 지난 일요일은 father's day(아버지의 날)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날 3시에 남편과 아들은 시댁 식구들과 skype으로 Uno(원카드랑 비슷한 게임)를 했다. 날이 날인지라 시아버지께 얼굴은 비춰야 할거 같아서 나는 억지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화면을 통해 시아버님께 인사를 드렸다. 가족같지도 않은 가족앞에서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냈다. "I hope you had a lovely day". 아버님은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시댁 식구들과의 skype을 마치고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숨어있던 내 마음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곁을 떠나신지 아직 일년이 채 되지 않은 우리 친정 아빠가 생각났다. 그제서야 시아버지가 ..
요즘은 그림을 그립니다 온 세상이 코로나 때문에 시끄럽다.마스크에 대해 낯설게 반응하는 영국에도 코로나가 침입했다.그리고 내가 사는 우리구에는 확진자 5명. 우리구의 어느 동네에서 확진자가 생겼는지 알면 좋겠지만 한국처럼 발빠른 정보를 제공받기 힘들다. 아마 알려주지도 않을 것이지만 솔직히 동네 카운슬에 슬쩍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긴 했다.영국 사람들이 "Keep Calm and Carry On"에 능통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슈퍼마켓 사재기 뉴스를 통해서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콧대높고 새침한 그들도 정작 나처럼 한없이 불안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제 잠을 자다 깨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금새 순식간에 퍼질텐데 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걱정이 되고 ..
오늘은 아버지 생신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었다. 한국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위해 함께 모여 새벽 미사를 드렸다고 했다. 나는 내 마음속의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림책을 구입했었는데, 그 책이 오늘 아버지 생신날 도착했다. 나중에 언젠가, 이 책처럼 나도 아버지께 헌정할 수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