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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래도 나가길 잘했다

이번 주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비가 왔다가,

해가 잠깐 나왔다가,

흐렸다가.. 아주 변덕이다.

며칠 전에는 바람이 엄청 세게 불더니, 왕잡초로 자라고 있던 부들레아가 그냥 뿌리째 뽑혀버렸다.

오늘도 그날처럼 바람이 세게 불어서, 마치 내가 제주도의 바닷가 숙소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제주도 바닷가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설레인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먹고 7시 40분쯤, 아이와 집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아이는 밖에 나갈 생각이 별로 없어 보여도, 나는 이틀에 한 번은 운동삼아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원에 나갔더니 역시나 바람이 많이 불었다.

문 앞을 나와 공원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바람만 불었는데,

공원에 들어서고 조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렸다.

그러다 조금 많이 내리는 거 같아 우산을 썼는데 10분도 안되어서 비는 그쳤다.

공원을 두 바퀴 돌 때쯤 비가 또 오는 거 같아 우산을 썼더니 우산이 뒤집어졌다. 아들은 그걸 보고 재미있는지 옆에서 까르르 웃는다.

 

잔뜩 흐리고 궂은 날씨인데도 아들은 공원에서 또 이것저것을 발견한다.

매일같이 오는 공원인데도 아이 눈에는 항상 새로운가 보다.

아이가 잔디를 걷다가 갑자기 나무 밑에서 멈쳐섰다.

알고 보니 나무 밑에 도토리가 뚝뚝 떨어져 있었다.

항상 내가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아이는 예리한 눈으로 포착해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들에게 '너는 눈이 세 개다' 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아이의 관찰력을 칭찬했다.    

블로그의 이전 글에 다람쥐가 우리 집에 놀러 온 것을 썼었다. 나는 그 글을 쓰며 다람쥐가 공원에서 먹을 게 없어 우리 집을 다 찾아왔나 조금 걱정이 되었었다. (코로나로 먹을게 궁해진 쥐들이 난폭하다 못해 잔인해졌다는 인터넷 기사들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다람쥐가 먹을 도토리가 여기저기 공원에 떨어져 있는 걸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들은 이제 막 생겨난 듯한 초록색 도토리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예뻐서 집에 가져가도 되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다람쥐가 먹을 충분한 양의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있는 걸 확인하고는 아이에게 하나만 가져가자고 얘기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도토리도 비누로 깨끗이 씻고, 손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알았다고 얘기하며 도토리를 집어 무슨 보석인 양 주머니에 조심히 넣었다. 그러면서 걸을 때마다 도토리가 잘 있는지 주머니 주변을 만지작 거리며 확인했다. 아이는 마치 뜻밖의 보물을 찾았다는 듯이 도토리를 만지작 거리며 흐뭇해했다.

새로운 발견으로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는 걸 보니 나 또한 기뻤다. 오늘 날씨는 궂었지만 밖으로 나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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