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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Father's day

지난 일요일은 father's day(아버지의 날)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날 3시에 남편과 아들은 시댁 식구들과 skype으로 Uno(원카드랑 비슷한 게임)를 했다.

날이 날인지라 시아버지께 얼굴은 비춰야 할거 같아서 나는 억지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화면을 통해 시아버님께 인사를 드렸다. 가족같지도 않은 가족앞에서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냈다.

 

"I hope you had a lovely day".
아버님은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시댁 식구들과의 skype을 마치고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숨어있던 내 마음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곁을 떠나신지 아직 일년이 채 되지 않은 우리 친정 아빠가 생각났다. 그제서야 시아버지가 내게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어렴풋이 알것 같았다.
이제는 괜찮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차라리 우리나라처럼 어버이 날이었다면 덜 슬펐을텐데. 아빠의 날이 따로 있는 영국 문화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내다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한국에 살았어도 사정이 생겨서 아빠의 임종을 못지켰을 수도 있어. 내가 멀리 살아서 아빠의 임종을 놓친건 아니야'라며 아빠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 합리화시키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아빠가 내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이 떠올랐다.

기억속에서 나는 아빠가 곁에 있어서, 마음이 너무 든든해서, 넘어질까 걱정도 안되고 자전거가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엄청 빨리 배웠다. 생각해보니 아빠는 나를 항상 그렇게 믿어주고 지지해주셨다.

 

사실, 요 몇일 동안 나는 내 자신이 종이 인간같이 느껴졌다. 비에 젖으면 쉽게 풀이 죽고, 해가 나면 다시 어깨가 활짝 펴지는 나약한 인간. 아빠를 생각하니, 나를 믿어주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아빠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다가도 이따금씩 눈물을 훔쳐냈다.

위층에 있던 아들이 내려와 그런 나를 발견했다.

엄마의 마음을 혼자 짐작하며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던 아들이 할아버지 때문이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린 아들은 조용히 내앞에 앉아 엄마처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빠의 날'이 저물어 갔다.


father's day에 아들이 그린 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