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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우리집에 놀러온 다람쥐

어제 또 갑자기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마음이 스멀스멀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사실 또 무언가를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데, 나는 그저 그 도전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왜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또 두려운 것일까?

자기 확신이 없는 것이 언제까지 나를 이렇게 쫓아다니며 괴롭힐 것일까?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나는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계속 들었다. 그런데 그래도 좀처럼 마음 전환이 이뤄지진 않았다.

 

마음이 불안정해서인지 잠을 조금 자다 새벽에 깨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직장에서 만난 영국 동료들은 나를 투명인간은 아니어도 무뚝뚝하게 대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내 두려움의 근원이 뭔지를 깨달았다.

나는 영어가 두려운 것이었다.

또 영어로 수업을 해야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남편도 영국인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영어가 두렵다.

그리고 나는 이미 영어를 장애물로 인식한 지 오래되어 그게 내 머릿속 어느 곳에서 각인이 된 것이다.

사실 영어를 장애물로 이미 규정하고 대화를 하게 되면 잘 아는 말도 안 나오게 된다.

영국에 사니깐 나는 이 장애물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영어를 장애물이 아니라 친구로 여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가족이 아침식사를 위해 다이닝 룸에 모여들었다.

다이닝 룸의 큰 창문으로 보이는 정원 모습에서 흐린 하늘과 바람에 간간히 흔들리는 노란 민들레가 보였다.

 

그러다 아들이 '다람쥐' 가 있다고 소리쳤다.

정원에 새, 여우, 고양이, 쥐, 달팽이, 파리, 나비, 벌 등은 왔었지만 '다람쥐'라니, 아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집 담벼락에 다람쥐가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자기가 이집에 사는 18년 동안 다람쥐를 정원에서 본 적은 처음이라고 남편도 놀라며 말했다.

나랑 아들은 어제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할 때 다람쥐 한 마리를 만났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너를 보기 위해 우리 집을 찾아왔다'며 농담을 건넸다.

한동안 우리 집 담벼락에 머물고 있는 다람쥐를 보니, 나는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흥분됐다. 

아침부터 뭔가 좋은 예감도 들었다. 아니 좋은 예감이라고 믿고 싶었다.

 

우리집에 놀러온 다람쥐

 

 

그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좋은 일들이 가끔은 이렇게 예고 없이 '깜짝 손님'처럼 나타난다. 

두려움을 이긴 나의 도전이 내게 깜짝 선물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내 마음을 갈팡질팡하게 한 그것에 일단은 도전해봐야겠다. 안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