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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런던근교 여행-Bodiam Castle

 

이스터 방학기간 동안 성에 관심이 많은 아이를 위해 Bodiam Castle을 갔다.

영국의 성은 유지 관리비 때문인지 대부분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가야 하는데,

Bodiam Castle은 우리 식구 세명과 주차비를 포함하면 총 25파운드 정도를 내야 했다.

그래서 일 년 동안 126파운드를 내면 성을 비롯해 영국의 유적지 500 군데를 아무 때나 일 년 동안 무료로 방문할 수 있고, 무료 주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National Trust 멤버십 가족권을 입해서 가기로 했다.

정식 회원권은 3주 정도 걸려 배송된다고 하여 임시 회원권을 프린트해 가서 당일에 바로 사용했다.


Bodiam Castle은 런던 동쪽에서는 더 가깝지만 서쪽에 사는 우리 집에서는 2시간가량 걸리는 East Sussex에 있는 곳이다. 1385년 Edward Dallingridge경에 의해 지어진 성으로 적으로부터 방어 그리고 집으로 사용되기 위한 두 가지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Bodiam Castle 주인 오리 등장

'성에 들어서는 길부터 오리가 마중 나와 관광객을 반겨주는데, 관광객 오리를 따라가면 오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가이드 투어를 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오리가 여기저기서 출몰하였다. 심지어 성 안에서도 오리는 자연스럽게 관광객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다녔는데 성에 둘러진 해자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성 주인이었던 Edward Dallingridge경이 오리 덕분에 적을 물리쳐서 위기를 면했기 때문에 사후에 오리에게 유산으로 이 성을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Bodiam Castle 입구
Bodiam Castle 내부

성안에 예배당이 있는데 예배당의 창문은 발굴 결과 스테인드 글라스를 사용했고, 방에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는 등 14세기 당시에 보기 드문 특색을 지녔다고 한다. 이런 특색을 가진 성을 지을 수 있던 걸로 보아 성 주인이 당시 상당한 부를 지닌 소수의 상류층이었을 거라고 한다.

또, 실내 한쪽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물 웅덩이가 있었다. 천장이 뚫려있었기에 그곳으로 빗물이 모였을 것 같았다.

내가 이것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는 사이에 한 천진난만한 영국 아이가 아빠에게 이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아이 아빠도 잘 모르겠던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아빠가 우물쭈물해하는 사이에 그 아이는 목욕탕일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순간 나도 그 아이에 설득당해 정말 그런가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10피트가 되는 우물이었다.

그 밖의 특징으로 과거 설탕 대용으로 꿀을 사용하여 성벽 한쪽에 벌집을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까지도 벌집이 남아있어 우리가 갔던 날에도 벌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여유를 즐기는 관광객들

해를 보는 게 흔치 않은 영국에서 며칠 안 되는 화창한 날이어서 그런지 성 밖에서는 관광객들이 유유자적 썬 베딩을 즐기고 있었다.

저 멀리에는 오래된 증기기관차 같은 게 지나다니고 있어서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이 떠올랐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성이 잘 보존되어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것과 성을 유용하게 활용한 선인들의 지혜에 대해서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성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온해져 좋았다.

찬찬히 둘러보고 성 주변을 산책하고 나니, 벌써 성을 닫을 시간이 되어 주변이 한적해졌다.

우리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그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움직이던 오리들이 퇴근하듯이 하나둘씩 잔디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긴 하루였어~모두들 수고 많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