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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런던에서 아이랑 가기 좋은 곳-Gunnersbury Park&Museum (건너스버리 공원)

영국에는 두 달에 한 번씩 일주일 정도 방학을 맞이하는 하프텀 기간이 있다.

그 외에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주 정도, 여름에는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의 방학이 있다.

Year 1, 여기서 1학년인 아들과 하프텀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지 분주하게 계획을 짰다.


지하철을 타고 런던 시내를 계속 나갔던지라 하루 정도는 집 근처에서 노는 게 좋을 듯 싶었다.

결혼 전 오래 살아서 우리 동네를 잘 아는 남편이 언젠가 이 근처에 가볼만한 공원이 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Gunnersbury park(세인즈버리 아니라 건너스버리)이었다.

우리 집 바로 앞에도 운동장처럼 사용되는 넓은 공원이 있지만, 매일 가는 그 공원 대신 건너스버리 공원을 가보려고 먼저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마침 아이들을 위해 무료 art class가 공원 내 박물관에서 예정되어 있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동네는 ealing borough(일링구?)에 속해있는데 자치구와 복권기금, 영국예술위원회의 기금으로 낙후되어있던 박물관을 대대적으로 새로 단장하여 작년 6월에 재개관하였다.

트립어드바이저 리뷰에서 몇 년 전까지는 별세 개를 겨우 받았는데, 재개관 이후에는 거의 별 다섯 개의 호평일색이었다.


그저 그런 작은 동네 박물관이겠거니 하고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생각보다 잘해놓아서 영국의 여느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영국에서 흔히 그렇듯이 건너스버리 박물관도 원래 부유층이 소유하던 건물을 국가에서 매입하여 박물관으로 탄생시킨 공간이다.

17세기 중반에 지어져 18세기에는 조지 2세의 둘째 딸 아멜리아 공주의 신혼집으로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프러시아의 프레드릭과의 결혼이 성사되지 못하자 공주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 동네를 역사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영국에 대해 몰랐던 점도 알게 되어 나름 공부도 되었다.   

화제를 모았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가 우리 동네 아트컬리지를 다녔었고,

우리 동네는 항상 영화나 TV의 촬영지로 자주 이용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우리 집 앞 공원 근처에서도 촬영이 있었는데, 아마도 집 근처에 촬영 스튜디오가 많고 예전에는 BBC의 웨어하우스가 있었다고 해서 그런 것 같다. 

 

Gunnersbury Museum

   

건너스버리박물관앞 놀이터

 

어떻게 보면 누군가가 보관하고 있던 작은 리플릿이나 기록 노트 같은 것들이 소소하게 모아져서 이런 박물관이 시작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여 하나의 박물관으로 완성시키는 영국인들의 탁월한 능력에 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인들이 역사적, 전통적인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크기나 규모에 상관없이 소중히 지키려고 하는 마음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영국에서 원 없이 실컷 박물관 구경을 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Gunnersbury Museum

 

건너스버리 공원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만 6살 아들이 건너스버리 공원에서 하루 종일 놀고 싶어 할 만큼 좋아했다는 점이다.

건너스버리 박물관 바로 앞에 작은 놀이터가 있고, 건너스버리 공원 안에 여러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넓은 놀이터가 있었다. 그밖에 연못과 호수가 있어서 아이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건너스버리 공원 안에 있는 깔끔하고 분위기도 괜찮은 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배를 채우 집에 오니 오후를 훌쩍 넘겼다.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건너스버리 공원과 박물관에서 아이들과 하루 정도 나들이를 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클래스를 진행하니 홈페이지를 미리 참고하길 바란다.

http://www.visitgunnersbu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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