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오늘 일어난 일

오늘은 내게 작은 변화가 있었던 날이다.

나의 작은 행동으로 영국에서 잘못되어 있던 것을 바로 잡게 하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전하기 위해 취재하다 138번의 소송을 당하고 뇌경색을 앓을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이상호 기자나 요즘 많이 애쓰고 계시는 윤지오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나쁜 행동도 그렇지만 좋은 행동도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이 참 강하다.           

 

사실 나는 성격이 소심하여 남에게 듣기싫은 말을 하는게 쉽지않다. 게다가 영국처럼 개인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컴플레인을 꺼리는 경향이 없지않다. 하지만 몇달 동안 마음에 걸려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용기를 내어 컴플레인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 답장을 기다리면서 소심한 마음에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 혹시 해코지 당하는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번거움과 두려움을 씻어낼 작은 성과를 얻었다.

두 군데에 했는데 한 군데는 처음 컴플레인을 했을때 안하무인이었다. 그래서 주변인들의 의견을 모아 두번째 이메일을 보내자 내 요구가 관철되었다. 다른 한군데는 성의는 없어보였으나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작이 어렵지만 너무 이런저런 생각하지말고 행동하면 되는것 같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탄력을 받아 용기와 힘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아들은 오늘 'Show and Tell'이라고 학교 같은 반 친구들에게 교실에서 하는 작은 발표에서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자 친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었다며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했다. 이 작은 발표는 사실 아이들이 읽었던 책이나 보여주고 싶은 장난감, 어디 다녀온 것 등등 소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 우리가 보기엔 별것 아닐 수도 있는데 아이들은 자신의 발표 차례가 오기를 고대하는 편이다. 아들의 발표 후, 어떤 한 친구는 자기도 우리 아들처럼 그림을 잘 그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고도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네가 그림을 잘 그렸을지 모르지만 너처럼 되고 싶은 친구는 다른 걸 너보다 더 잘할수도 있어. 사람은 다 다른거야. 그리고 너는 네가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네가 그냥 네 자신이라서 너를 자랑스러워 해야해"라고 말해주었다.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줬지만 사실은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마흔이 된 나이지만 부끄럽게도 내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곧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