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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로맨스는 별책부록

주말같이 삼시세끼를 챙겨먹어야 하는 날에는 설거지를 정말 하기 싫다.

이럴 때 극약처방으로 설거지를 하면서 전자도서를 듣거나 한국의 드라마를 시청한다.

최근에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단순히 극중 주인공 은호와 단이의 러브 스토리겠거니 하고 2회까지 보다 말았는데

출판사를 배경으로 주인공만 부각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엮어낸다는 걸 알고서는 계속 시청하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출판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엿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드라마를 보면서 책을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쓰여진 극본이 정말 좋았고,

주옥같은 대사 특히 내 마음에 들어오는 대사들이 많았다.

단이가 은호를 오래된 책으로 비유할때, 마지막에 강병준 작가가 남긴 편지에 나오는 대사들도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는다는 말,

그리고 책과 같은 사람이 되라는 말도 그러했다.

 

몇 몇 인상적인 장면들도 기억에 남는데 고이사와 마케팀팀장, 그리고 단이가 술에 잔뜩 취해 자신들의 속마음을 열어 보일때,

나도 그들의 술자리에 초대된것처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그들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도 훌륭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그들의 인생이 보통 사람들의 삶을 대변해주어서 그랬던것 같다.     

 

또한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마녀 소리를 듣고 표현은 잘 안하지만,

알고보면 직원들에 대한 세세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겨루출판사의 고이사 캐릭터도 그러했고,

듬직하고 진지한 어른스러운 면과 여자친구에게 애교섞인 장난끼를 발산하는 소년다운 면이 공존하는 은호의 캐릭터도 그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에 가장 와닿았던 건 결혼하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인 단이라는 캐릭터였다.

나와 단이는 외모는 비록 차이가 많이 나지만 경력 단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전업 주부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오롯이 나의 이름 석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하지만 일로부터 멀어진지 너무 오래되어서 다시 일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과 두려움으로 새로운 출발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 

그래서 단이가 겨루 출판사에 씩씩하게 도전해서 입사하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했고, 어렵게 일자리를 얻은 그녀가 정말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랬다.

단이가 겨루를 떠나게 되었을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가늠되어 마음이 아팠고, 다시 겨루에 특별 채용되어서 돌아와 모두의 환영을 받았을 때 또 다시 눈물이 났다.

그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지만,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가 부럽기도 해서 그랬다.

예전에 나도 겨루 출판사처럼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때가 그립기도 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책에 대한 진가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역할도 하였다.

이 드라마를 보고나서 원래도 책을 좋아하던 내가 책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