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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영화 <캡틴 판타스틱>

BBC iplay로 남편이 보고 싶어 하던 미국 영화 <Captain Fantastic(캡틴 판타스틱)>을 보았다.

2016년에 개봉된 캡틴 판타스틱은 선댄스, 칸,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였다.

플레이하기 전 타이틀 이미지만 보았을 때는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 정도의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인 줄 알았는데,

사슴을 살생하는 첫 장면부터 거칠고 괴기하여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외진 숲 속에 들어가 사는 여섯 아이들은 아빠의 가르침에 따라 야생에서 생활하며 체력훈련, 사냥, 독서 등을 하며 지낸다.

아빠의 굳은 신념에 따라 자본주의와 문명의 대부분의 것을 멀리하고 히피처럼 지내지만,

8살짜리 아이까지 암벽등반을 하고 비를 맞으며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등 혹독하고 고된 생활을 한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그들만의 삶을 살고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아빠의 원칙 속에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어딘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움을 계속 느껴야 했다. 특히 8살짜리 막내 아이에게도 엄마가 손목을 끊어 자살한 자세한 경위까지 사실 그대로 나열하는 아빠의 모습이 그러했다.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 벅찬 아이들에게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영화 속의 아빠는 아이들을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만 인정하지, 어리고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장례식에 가는 길에 슈퍼에서 도둑질하는 미션을 주는 아빠는 계속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고,

토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촘스키에 대해 배우는 등 지적능력은 훌륭하지만,

일반인들과는 다른 비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결국, 캡틴이었던 아빠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도시로 나갔던 아내의 자살과 아내의 장례식장을 가는 여정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갈등을 통해 자신이 만든 유토피아 속의 부조리함을 자각하게 된다.

 

아이가 생기고 부모가 되면 세상의 중심이 바뀌는 듯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

처음 해보는 부모 노릇을 잘하기 위해 자식을 보호하고 최선의 것을 제공해주기 위해 우리는 고군분투한다.

<캡틴 판타스틱> 속의 아빠도 아이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렇게 다른 야생의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꿈꾸던 이상이라는 비눗방울도 얼마간 잘 날아가다가 어느 순간 결국 터져 버린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캡틴 판타스틱>의 아빠를 보며 완벽한 엄마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묘한 위안을 얻었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고, 엄마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다.

실수하고 넘어져도 영화 속 캡틴처럼 일어나 씩씩하게 거친 바다로 다시 항해를 떠나면 된다.

무엇보다도 항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