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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기생충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각 분야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서 인정받는걸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

영국에 살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 보다도 덜 알려진 그저 변방의 어느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유학하던 2007년보다도 요즘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식 그리고 김치가 가디언지 같은 신문의 요리면에 종종 등장할 정도로 조금 더 알려졌다는 것이다. 런던에 사는 우리 시누이의 남편은 요리가 취미인 스웨덴 사람인데 한국음식 관련된 모임에 정기적으로 나가더니 나중에 간장이나 된장을 직접 담궈보고 싶다고 나에게 말할 정도였다.        

 

아무튼 내가 원래부터 좋아하던 영화 감독인 봉준호 감독이 작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 수상을 시작으로 각종 해외 유수의 영화제의 상을 휩쓸고 있어서 같은 한국인으로써 나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 미국에서의 선전은 그렇다하더라도 콧대높고 보수적인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에 기생충이 노미네이트 됐다니 그 기세가 정말 대단한것 같다. (사실 조금 놀랐다..)

 

 

 

주말에 아이랑 지하철을 타고 아이스 스케이팅 레슨을 가는데 Holland Park역에 기생충 포스터가 나란히 두개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어 뿌듯했다. 영국에서는 2월 7일에 메이저 영화관인 VUE, ODEON을 비롯해 Curzon, Barbican Cinema에서도 기생충이 개봉한다.

 

기생충 개봉에 앞선 오늘 로열 알버트 홀에서 진행하는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을 BBC에서 생중계 해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방송을 지켜봤다. 아직 시상식이 끝나려면 1시간이 더 남았지만 기생충이 이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혹시나해서 살펴보니 영국아카데미 홈페이지에 수상자가 다 밝혀졌다..자국 영화인 1917에 감독상과 작품상을 돌려준거 보면 역시나 영국은 보수적이다. 아니 outstanding british film을 1917 샘맨데스에게 줘서 나름 속으로 기생충 감독상 정도는 기대했는데...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 이 두 부분에 수상의 영애를 안았다. 봉감독님이 수상 소감을 밝힐때 카메라에 잡힌 얼굴들의 반응에도 온도차가 느껴졌다. 미국처럼 열렬하지 않았다. 차가운 인간들..
살면서 느낀 영국 사회의 높은 문턱을 이번 시상식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어 기분이 참 씁쓸했다.
1917이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다가오는 오스카에 힘 실어줄려고 그런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생충의 영국아카데미 2관왕도 사실 무척 잘한건데 그래도 조금 아쉬워 오스카를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