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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런던 chiswick house and gardens-치쥑

계속되는 흐린 날씨와 저기압의 영향인지 요즘엔 아침에 일어나기 참 힘들다.

요즘 늦게 잔 영향도 클것 같다..나이들어서인지 12시를 넘겨 잠자리에 들면 다음 날은 훨씬 피로감이 더하다.   

요즘같은 날씨면 더욱 심해지는 나의 고질적인 병인 등쑤심을 비롯해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뒤로하고,

2018년의 마지막 날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

 

북적되고 갑갑한 지하철보다 바깥 풍경도 볼수 있는 버스를 선호하는데, 버스타고 집에서 갈만한 괜찮은 곳으로 chiswick garden(치쥑가든)이 있다.

치쥑 가든이 있는 치쥑이라는 동네는 단정하고 은은하게 고급스러운 곳인데 쇼핑할 상점과 레스토랑도 제법 있다. 

Waterstones 서점과 저렴하게 책을 파는 (이름이 기억안나는)책방도 있어 내가 좋아하는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영국에는 오래된 공원이 많은데, 치쥑하우스와 정원도 1700년대에 만들어진 곳으로 잘 정돈된 예쁜 정원 그리고 정글같이 야생적인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English Heritage에 등록되어 있고, 죽기전에 봐야할 건축물 중 하나에 꼽힌다고 한다지만, 

내게는 우아하게 잘 정돈된 아름다운 정원과 아이가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어 일석이조의 매력적인 공원이다.  

 

풍경사진치쥑하우스 오후 세시경

 

 

겨울이라 4시면 해가 지는 탓에, 치쥑가든에서는  매년 11월부터 연말까지 루미나리에 축제 같은 이벤트를 벌인다.  

작년에는 예쁘지만 치쥑 정원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심지어 경관을 해치는 루미나리에가 있어서 실망이 컸다.

아이들은 좋아할만한 사슴, 다람쥐 같은 캐릭터도 있었지만...중국 궁궐 같은 이상한 것도 만들어 놓아서 촌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에 갔을 떄에는 공원의 모습과 어울리게 미술작품처럼 잘 설치해 놓고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한번 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풍경사진루미나리에 조형물

 

루미나리에 조형물

 

 

풍경사진흐리고 해질무렵 치쥑

 

사람들의 일상에 친숙한 공간이었던 공원이 내러티브를 가진 연극적인 공간으로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대가 되었다.

치쥑가든의 루미나리에 조형물들을 보니 공원을 돌아다니며 보는 Promenade 형식이 영국에서는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오락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게 아닌가 싶다.       

공원을 거닐며 음악 연주회를 감상하는 promenade의 전통이 BBC Proms가 되었듯이, 

영국 극단 Punchdrunk의 공연이 극장의 객석에 앉아서 보는게 아니라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봐야했듯이, 

promenade 형식은 정원이 발달된 영국의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런 생각과 동시에 어릴적 유령의 집을 돌아다닐 때 느꼈던 모험의 설레임이 떠올랐다.

미지의 공간에서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주체적인 행위를 통해 예상밖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어떤 짜릿함과 함께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커다란 즐거움이었던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인생을 promenade 공연으로 보고 관객으로써 즐기는 자세를 지니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안면도 없는 영국 할머니로부터 새해인사를 받고 새해는 더 나을거라는 덕담도 받았으니, 

2019년은 더 활기차고 즐겁게 보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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