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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엄마가 쓴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

처음엔 그저 네덜란드 육아가 궁금해 단순한 호기심에 보기 시작한 책인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는 보면 볼수록 많은 자료들을 근거로 해서 쓴 깊이 있는 육아서였다.

단순한 경험에만 그친것이 아니고, 네덜란드식 육아를 네덜란드 문화와 사회적 배경과 연관시켜서 고찰한건 같았다.      

네덜란드인과 결혼해서 네덜란드에 사는 엄마가 된 미국인 리나메이아코스타, 영국인 미셸 허치슨이 쓴 육아서라서 영국과 미국의 육아와 문화도 엿볼 수 있어 영국에 사는 나에게는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두 작가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은 한국 못지않게 경쟁적인 사회여서 아이들의 유년기가 그리 행복하지 않은것 같다.   

런던의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나의 아들은 만5-6살이 있는 1학년인데 매주 아이에게 읽기, 덧셈뺄셈 같은 수학숙제 그리고 단어쓰기, 단어 이용해서 작문하기 등 숙제가 너무 많다.

주말에 하루는 날잡아서 숙제를 끝내게해야하는 부담감이 있고, 아이도 썩 내키지 않지만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면이 없지않다.

아들반 친구들은 방과 후 수업이나 각자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고, 아직 1학년인데도 엄마들은 벌써부터 중고등 학교에 대해 걱정을 한다.

보통 좋은 공립학교를 찾는것도 쉽지않고 그곳에 보내기도 어려워 미리 미리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좋은 공립이 있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감행하기도 한다.

아니면 비싼 학비를 지불하고 사립에 보내야한다. 

 

이 책의 영국인 공동저자가 인용한 텔레그라프지에 따르면, 영국에서 사립학교에 보내 대학을 졸업시키는 비용이 한 아이당 4억3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영국은 부모의 재력에 따른 교육 여건의 격차가 심하고, 그 결과 공립과 사립의 격차가 생긴다고 한다.

얼마전 가디언지를 보니 새로 바뀐 영국의 대학입시 자격시험인 GCSE가 사립학교에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사립학교에서는 새로 바뀌어 더 어려워진 GCSE의 실행이 공립에 비해 늦게 적용되기 때문에 공립학교 아이들이 대학입시에서 손해를 보게된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의 사립학교들은 재정적으로 정부에 기대지 않기 때문인지 더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같은 제도가 다르게 적용이 되는 이런 불공평함이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영국 아이들은 사회적 계층에 따른 특권의 맛을 일찌감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부터 계급사회였던 영국은 아직도 보이지 않지만 이런 계급에 대한 인식이 남아있고 인맥과 출신을 중요시한다.

사립학교는 비용때문에 최소 중산층이 되어야 갈 수 있고, 좋은 사립을 나와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대학인 옥스브릿지를 가는것이 사회적 성공을 이룬다고 믿고있다. 

영국인 저자는 공립학교를 나와 캠브리지 대학을 갔는데, 사립학교 출신들이 서로 어울려 다니고 자신들을 공립학교 아이들과 구분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 교육의 주안점이 학업 성취도에 맞춰져 있어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인성교육에 소홀해지는 현실에 대해 여러 근거들을 뒷받침해 서술해 무척 공감이 됐다.

 

반면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책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 숙제가 없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인것 같다.

두 저자는 왜 네덜란드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네덜란드인들은 서로 비교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것에 만족하며 가족과의 삶을 중시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양육을 해야하는 엄마들을 위한 파트타임 잡이 자리를 잘 잡아서 엄마들은 경력단절 위기를 모면하면서 동시에 아이를 돌볼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아이들이 부모없이 혼자 놀이터나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영국에서는 십대들의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대낮에도 조심해서 다녀야 하는 나라이다.

안그래도 조심성 많고 긴장 잘하는 나에게는 불안감을 더 주는 곳이다. 

언젠가 독일인이 쓴 행복에 관한 어떤 책을 읽었는데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직업간에 소득규모 격차가 적고, 불안감이 적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라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불안감이 적은 환경이 곧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 책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엄마들은 조바심을 내거나 남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국에서 만난 한국 엄마들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서 조금 불편하다.

책에서 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이들을 맘껏 뛰놀게 하고 비교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 같다. 

워낙 허례허식이 없고, 실용적이고 이성적인 네덜란드 문화가 있어왔기 때문에 엄마들이 육아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나도 엄마가 된것은 처음이라 육아를 잘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할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를때도 많다.

<네덜란드 소확행 육아>를 통해 육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