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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시

Turner Contemporary Gallery, Margate, Tracey Emin(트레이시 에민)

2017년 11월인가 아직 초겨울이 미처 다가오지도 않았던 어느날, 아이의 하프텀 동안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바닷가와 갤러리가 함께 있는 곳을 발견했다. 

두 장소는 내가 모두 사랑하는 곳이라 나들이에 나서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곳이었다. 그곳은 런던으로부터 남동쪽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이자 우리집에서 약 두시간 거리에 위치한 Margate(마게이트),  영국의 국민화가이자 근대 회화의 거장인  JMW Turner(윌리엄 터너)가 자주 머무르던 숙소의 자리에 지어진 Turner Contemporary Gallery였다. 


 우리가 처음 갔을때 마게이트는 고요하면서 아름답고, 인상파 작가의 그림처럼 매력적인 바닷가 풍경을 연출했다. 그래서 이후 우리 가족의 단골 나들이 장소가 되었다.   

갤러리에서는 마침 그 유명한 트레이시 에민의 대표작 my bed와 윌리엄 터너의 작품이 한 공간에 나란히 전시되고 있었다. 

트레이시 에민은 데미안 허스트와 함께 Young British Artists 그룹을 이끌고 터너상 후보에 올랐던 화려한 이력을 갖고있는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 현대미술가이다. 


그녀의 작품 My bed는 과거 연인과 이별 후 고통의 상처로 우울함속에서 몇일간 침대에서 술만 마시고 지낸 날들의 흔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속옷, 빈 술병, 담배 꽁초 등의 오브제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고 개인의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공간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나는 당시 처음으로 책으로만 보았던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과 윌리엄 터너의 작품을 접하며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기에 바뻤다. 

 

 

전시회 사진Turner Contemporary Gallery 'My Bed'/ JMW Turner 전시회

 

 

하지만 몇달 후, 두번째로 전시장을 찾았을때는 두작가의 작품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잔잔하던 파도가 일렁이다가 어둠속에서 거세지고 그러다가 다시 평온을 되찾는 듯한 윌리엄 터너의 바닷가 풍경 작품 세가지는 우울한 침대 주인의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트레이시 에민의 더럽고 너저분한 침대옆에 끈으로 묶여있는 여행가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두움 속에 갇혀있는 우울한 영혼의 상태를 보여주는것 같지만, 다시 잔잔해지는 파도처럼 동시에 이 고통에서 언젠가 떠날수도 있다는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어둠속에서 격정적으로 파도치는 바닷가 풍경을 접하며 당시 나의 영혼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여겼다... 

영국에 돌아와서 다시 적응을 하느라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미술 작품을 보며 눈물이 나온 적은 처음이었다. 


터너의 바닷가 풍경은 그간 외면하면서 망각하고 있던 내마음 속 어둡고 깊은 파도를 일렁이게 만들었다. 바닷가에서 파도가 항상 거친것만은 아니고 예쁘게 무지개를 드리울 때도 있는 법이니, 나는 이제 반갑게 무지개를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