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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시/아이와 함께한 런던 공연 전시

런던 위그모어홀 선데이 모닝 콘서트- 나탈리 클레인, 손열음

나는 음악 듣는것을 좋아한다.

초등학교때에 '별이빛나는 밤'에나 '배철수의 음악 캠프'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들었고, 중고등 학교때에는 대학생인 오빠가 듣는 다양한 팝음악과 한국 인디음악을 호기심에 따라 들었다.

오빠와 함께 우리나라 인디그룹 '언니네 이발관' 콘서트도 보러 다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홍대 라이브 클럽도 종종 가곤했다.

남편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한국에 있을때 '브로콜리 너마저' 콘서트나 클래식 공연을 보러 다니곤 했다.

음악을 틀어놓는 일이 양치를 하거나 밥을 먹는것처럼 우리집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고 습관화 된일이다.

음악의 에너지가 내 마음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해서 그런것 같다.            

 

나는 클래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클래식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짐을 느껴서 자주 듣게 되었다.  

클래식은 시끄럽지 않고 무난하여 숲속에 흐르는 시냇물처럼, 일을 할때 방해되지 않고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게 하는 음악인것 같다.       

한국에서 클래식 FM을 들으면 자주 거론되는 한국 피아니스트가 있었는데, 그는 바로 손열음이었다. 손열음의 공연을 본적이 없어서 언젠가는 가서 그녀의 연주를 직접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와중 손열음이 런던을 비롯해서 영국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과 궁금함에 티켓을 예매했다. 저번 발레 공연처럼 다행히 만 5세 아이부터 볼 수 있는 공연이라 아들도 함께 갔다.

런던 Wigmore Hall(위그모어 홀)에서 Natalie Clein(나탈리 클레인)이라는 영국첼리스트와 함께하는 합주 공연이었다.

오랜 역사가 있는 작고 고풍스러운 위그모어홀은 실내악 위주의 작은 무대를 위한 공연장이지만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명성있는 곳이라고 한다. 나는 이전까지 그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남편에게는 이미 친숙한 공간이었다.

공연날은 축축하게 춥고 비가 내리는 영국의 전형적인 우중충한 날이었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의 영국 노인들이 대부분의 객석을 점유하며 거의 만석을 이루었다.

 

리플렛 사진위그모어홀 공연 리플렛

 

위그모어홀 공연장 사진나탈리클레인과 손열음

 

 

곡들이 나에게 익숙한 음악가의 곡은 아니었지만, 나탈리 클레인의 첼로와 손열음의 피아노 연주는 서정적이고 섬세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첼로의 활과 피아노에서 춤을 추는 손가락이 나를 향해 화살을 쏘는 것 같이, 각각의 선율들이 내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어 살아남았다. 예상치 못한 계속되는 화살 공격에 압도되어 어쩔줄몰라하던 나는 그 얼얼함에 눈물이 새어 나오는걸 참아야만 했다. 그들의 매혹적이고 훌륭한 연주는 폭풍우에 거세게 요동치는 성난 바다위의 배에 나를 올려다 놓았다가, 다시 사막위의 토네이도 속으로 데려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 한시간 남짓한 두 연주자의 공연은 나에게 3분 남짓한 롤러코스터의 경험처럼 다가왔다. 공포스러운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스릴있고 흥분되고, 출구를 향해 천천히 정차할때 아쉬운 마음과 상기된 얼굴, 그리고 왠지 모를 후련함을 느끼게 하는 롤러코스터였다. 나는 내가 마주했던 이 진실되고 낯선 순간을 아들과 남편에게 들키면 어색할 것 같아 공연 후에 제공되는 셰리주를 마시며 다시 현실로 복귀했다. 내가 마음속에 무지개를 품고 공연장을 나서게 해준 두 연주자가 지금처럼 명성을 유지하며 앞으로도 활발하게 자기세계를 펼쳐보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