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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

 

어떤 분야든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는 쉽지않다.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만의 개성있고 날카로운 시선과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스토리가 조화를 이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계 봉준호 감독처럼 문학분야에서 이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사람은 소설가 정세랑이 아닌가 싶다. 2020년에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에서 선보였고 <시선으로부터>는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3위에 올랐다. 그리고 주민과 사서들이 3달간 조사와 토론을 거쳐 후보를 선정하는 '2021 성북구 한책'에 최종후보로 최근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서점에서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는 예전에 장편 <시선으로부터>를 읽고, 최근 단편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고있다. 두 작품 모두 무겁지 않은 이야기 속에 시의성과 따뜻한 메세지를 담고있다. 어디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선으로부터>보다 나는 단편 소설집의 소설 <목소리를 드릴게요>가 더 좋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비한 능력을 지닌 인간 괴물들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지내는 이야기이다. 나름 심각한 설정인데 인물들의 대화가 재미있어서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약간 우디알렌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목소리를 드릴게요>에서 인물과 상황 설정의 디테일과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정세랑 작가가 [유키즈온더블록]에 나와서 하루에 한가지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하던데 그런 것들이 쌓여서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 같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읽으며 작가가 얼마나 호기심이 많고 유쾌한 사람일지 짐작이 된다. 여운을 주며 가장 압권인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까지 어느 하나 놓칠 것이 없는 그런 소설이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원하는 분들께 적극 권하고 싶다.

"물거품이 될 각오가 선 인어처럼",
소설 속 승균처럼,
나도 무언가를 위해 이렇게 기쁘게 희생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프지만 위대한 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