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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런던으로 약 5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서점에 혼자 가서 책보기랑 짬뽕을 못 먹고 온게 조금 아쉬웠다. 짜장면도 또 먹고 싶다... 뉴몰든 한인타운에 중국집이 하나 있긴 한데... 맘먹고 가야하니깐 쉽지않다.. 런던은 계속 비 아니면 흐린 날씨... 11도..16도...너무 추웠다..그래서 급기야 핫워터버틀을 개시했다... 39도 40도 육박하는 가장 더울때 한국을 다녀와서그런지 몸이 더 적응하기 어려워하는것 같다. 기분을 멜랑꼴리하게 만든다.. 이럴 때 듣기에 딱 알맞은 이병우의 기타연주.. 한국에 두고왔던 음반인데 이번에 가져왔다. 기타 연주를 들으니 흐린날 바닷가에서 혼자 파도소리 듣고 서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흐린 바닷가에 해가 잠깐씩 구름 사이로 얼굴을 비치기도 하고... 쓸쓸하기..
제주도 큰오빠가 살고있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낮에는 구름이 아름다운 풍경을 시시각각 빚어내는 맑고 푸른 하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더라도 사진속에 담고 싶은 아름다운 제주가 몇년전부터 무분별한 개발로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한적했던 해변가에 우후죽순 가게가 들어서 경관을 해치고, 자주 지나던 아름다운 비자림로가 파헤쳐져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니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했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에서 경험한 버니크라우스(Bernie Krause)의 작품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The Great Animal’s Orchestra)'가 떠올랐다. 미국에서 음악가로 활동하던 작가는 앨범작업으로 숲의 소리를 채집하다가 생태계의 소리를 발..
영국에 살며 한국의 그리운 것 중 하나는 산이다. 런던은 공원이 많고 녹지 조성이 잘 되어있지만 대부분 평지이고 어쩌다 작은언덕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스코틀랜드에 가면 산이 좀 있지 않을까... 반면 서울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포화 상태여도 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친정도 산이 가까이에 있어 종종 산책삼아 산에 오르곤 했었다. 특히 마음이 답답할때 산에 가서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잠시 앉아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곤 했다. 산은 어지러운 내마음을 품어주기도 하고, 혼자있고 싶을 때 나를 숨겨주기도 한다. 숲의 바람소리와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새소리가 내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주곤했다. 울창한 나무들로 뒤덮인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도 지루하지 않다. 길을 걷다 잃어버린 내마음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한국에 와서 친구를 만날때마다 아들과 함께 나가야했기 때문에 약속장소를 선정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놀 수 있는 곳이어야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이 주룩주룩 흐르기 때문에 야외에서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북에서도 꽤 북쪽인 북서울미술관으로 친구 C가 흔쾌히 오겠다고 하여 그리로 약속을 정하였다. 북서울미술관은 어린이 미술관이 잘 되어있고 레스토랑도 있어서 한국에 있을 때 종종 찾던 곳이었다. C는 예전에 한번 와봤는데 우리나라 같지 않다며 외국에 나갈 필요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곳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었다. 우리 아들과 동갑인 C의 둘째와 미술관에서 전시도 보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미술관 놀이공간에서 놀리니 하루가 휙..
런던 어린이를 위한 주말 미술관 박물관 프로그램 영국은 학제가 우리나라와 달리 2달에 한번꼴로 하프텀이라는 일주일간의 짧은 방학이 주어진다. 그리고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이주정도씩, 여름방학은 6주로 가장 긴 편이다. 5월 하프텀때 아들과 무얼할까 고민하던 중 박물관과 미술관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A)에서 주말마다 가족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Pop-up 공연으로 첼로 음악과 무용수들의 나레이션이 어우려진 40분 짜리 현대무용 공연을 선보였다. 박물관의 넓은 공간을 무대삼아 The Future Starts Here전시와 관련한 내용을 표현한 것 같았다. 현대무용 공연을 박물관에서 보게되니 이색적이고, 무용수들을 더 가까이 보게 되어 좀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몇..
Turner Contemporary Gallery, Margate, Tracey Emin(트레이시 에민) 2017년 11월인가 아직 초겨울이 미처 다가오지도 않았던 어느날, 아이의 하프텀 동안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바닷가와 갤러리가 함께 있는 곳을 발견했다. 두 장소는 내가 모두 사랑하는 곳이라 나들이에 나서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곳이었다. 그곳은 런던으로부터 남동쪽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이자 우리집에서 약 두시간 거리에 위치한 Margate(마게이트), 영국의 국민화가이자 근대 회화의 거장인 JMW Turner(윌리엄 터너)가 자주 머무르던 숙소의 자리에 지어진 Turner Contemporary Gallery였다. 우리가 처음 갔을때 마게이트는 고요하면서 아름답고, 인상파 작가의 그림처럼 매력적인 바닷가 풍경을 연출했다. 그래서 이후 우리 가족의 단골 나들이 장소가 되었다. 갤러리에서는 마침 그 ..
4.48 Psychosis -로열오페라 런던에 돌아온 이후로 본 첫 공연이 Sarah Kane(사라케인)의 4.48 Psychosis였다. 집에서 가까운 Lyric Hammersmith에서 볼만한 공연을 탐색하다 로열오페라에서 사라케인의 작품을 올린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보수적인 로열오페라에서 난해하고 거친 사라케인의 작품을 올린다니 어딘가모르게 파격적이고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것 같다. 게다가 2016년 uk theatre awards에서 상도 받아 작품성도 보장된 듯했다. 사라케인은 28세의 젊은 나이에 우울증때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영국대표작가인 그녀가 남긴 6개의 희곡작품은 주로 성적욕구, 폭력성, 치명적인 사랑, 죽음 등을 주제로 다룬다. 10여년 전, 사라케인의 희곡을 읽었을때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것은 이전에 ..
English National Ballet- Sleeping Beauty 어느 날 아들이 학교에서 누나들이 하는 발레 발표회를 보고와서 큰 관심을 보였다. 아름답다고 하며 발레 동작을 흉내 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아들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English National Ballet에서 하는 Sleeping Beauty를 예매했다. 다행히 어린이들에게도 친숙한 레퍼토리여서인지 만5살 아이부터 관람이 가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객석은 가득 찼고 우리 아들같은 어린이들이 많이 자리를 매우고 있었다. 나에게 발레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나비의 날개짓 같은 아름다운 춤사위가 내 마음을 평온하고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다. 과거 현대무용가 홍신자 선생님의 책 을 읽고 현대무용에 관심을 가졌는데, 춤은 나에게 영혼과 육체의 자유로움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