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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가길 잘했다 이번 주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비가 왔다가, 해가 잠깐 나왔다가, 흐렸다가.. 아주 변덕이다. 며칠 전에는 바람이 엄청 세게 불더니, 왕잡초로 자라고 있던 부들레아가 그냥 뿌리째 뽑혀버렸다. 오늘도 그날처럼 바람이 세게 불어서, 마치 내가 제주도의 바닷가 숙소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제주도 바닷가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설레인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먹고 7시 40분쯤, 아이와 집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아이는 밖에 나갈 생각이 별로 없어 보여도, 나는 이틀에 한 번은 운동삼아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원에 나갔더니 역시나 바람이 많이 불었다. 문 앞을 나와 공원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바람만 불었는..
우리집에 놀러온 다람쥐 어제 또 갑자기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마음이 스멀스멀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사실 또 무언가를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데, 나는 그저 그 도전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왜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또 두려운 것일까? 자기 확신이 없는 것이 언제까지 나를 이렇게 쫓아다니며 괴롭힐 것일까?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나는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계속 들었다. 그런데 그래도 좀처럼 마음 전환이 이뤄지진 않았다. 마음이 불안정해서인지 잠을 조금 자다 새벽에 깨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직장에서 만난 영국 동료들은 나를 투명인간은 아니어도 무뚝뚝하게 대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내 두려움의 근원이 뭔지를 깨달았다. 나..
프랑스 극장의 디지털 페스티발에 아들 그림이 걸리다 아들과 내가 좋아하는 영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프랑스의 별장에 갔다가 코로나 때문에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격리생활을 하게된다. 그러면서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며 코로나의 불안을 극복하길 희망했다. 그리고 이를 권장하고자 프랑스의 여러 예술기관과 함께 "Hope in Spring"이라는 주제의 공모전을 개최한다.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0/may/15/david-hockney-invites-the-french-to-find-joys-of-spring-in-lockdown-coronavirus Hockney invites budding artists to find joys of spring in lockdown Artist ..
Father's day 지난 일요일은 father's day(아버지의 날)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날 3시에 남편과 아들은 시댁 식구들과 skype으로 Uno(원카드랑 비슷한 게임)를 했다. 날이 날인지라 시아버지께 얼굴은 비춰야 할거 같아서 나는 억지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화면을 통해 시아버님께 인사를 드렸다. 가족같지도 않은 가족앞에서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냈다. "I hope you had a lovely day". 아버님은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시댁 식구들과의 skype을 마치고 부엌으로 가서 설거지를 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숨어있던 내 마음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곁을 떠나신지 아직 일년이 채 되지 않은 우리 친정 아빠가 생각났다. 그제서야 시아버지가 ..
최근 구매한 아이템 이놈의 코로나 정말 징하다. 아이와 남편은 지난 3월 16일부터 집에 있었다. 이후 아이는 홈스쿨링, 남편은 재택근무. 그래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 쓰는 영국에서 봉쇄령이 내려져 다행이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 갇혀 다 같이 지낸 지 세 달째가 되니 징글징글하다. 안 그래도 인내심이 부족한 내가 그래도 이렇게 버티며 지금까지 코로나 일상을 지내온 게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로 인내를 많이 하게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벌써 결혼 10년 차가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 양치를 하다가 불현듯 이런 시상이 떠올랐다. 제목: 인내라는 위대한 말 부부란 무엇으로 사는가? 인내 아이는 어떻게 키우는가? 인내 요즘은 무얼 먹으며 지내나? 인내 그래서 힘든 시기를 잘 견딘 나를 위한 선물로..
요즘은 그림을 그립니다 온 세상이 코로나 때문에 시끄럽다.마스크에 대해 낯설게 반응하는 영국에도 코로나가 침입했다.그리고 내가 사는 우리구에는 확진자 5명. 우리구의 어느 동네에서 확진자가 생겼는지 알면 좋겠지만 한국처럼 발빠른 정보를 제공받기 힘들다. 아마 알려주지도 않을 것이지만 솔직히 동네 카운슬에 슬쩍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긴 했다.영국 사람들이 "Keep Calm and Carry On"에 능통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슈퍼마켓 사재기 뉴스를 통해서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콧대높고 새침한 그들도 정작 나처럼 한없이 불안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제 잠을 자다 깨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금새 순식간에 퍼질텐데 나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걱정이 되고 ..
기생충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각 분야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서 인정받는걸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영국에 살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 보다도 덜 알려진 그저 변방의 어느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그래도 내가 유학하던 2007년보다도 요즘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식 그리고 김치가 가디언지 같은 신문의 요리면에 종종 등장할 정도로 조금 더 알려졌다는 것이다. 런던에 사는 우리 시누이의 남편은 요리가 취미인 스웨덴 사람인데 한국음식 관련된 모임에 정기적으로 나가더니 나중에 간장이나 된장을 직접 담궈보고 싶다고 나에게 말할 정도였다. 아무튼 내가 원래부터 좋아하던 영화 감독인 봉준호 감독이 작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 수상을 시작으로 각종 해외 유수의 영화제의 상을 휩쓸고 있어서 같은 한국인으로써 나도 괜히 어깨..
오늘은 아버지 생신날 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몇 개월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었다. 한국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위해 함께 모여 새벽 미사를 드렸다고 했다. 나는 내 마음속의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그리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림책을 구입했었는데, 그 책이 오늘 아버지 생신날 도착했다. 나중에 언젠가, 이 책처럼 나도 아버지께 헌정할 수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